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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한없이 가볍고 따뜻한 패딩 깃털 얼마나 알고 입나

[프리미엄 리포트]한없이 가볍고 따뜻한 패딩 깃털 얼마나 알고 입나 

깃털은 태생부터 보온력을 타고났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솜털이다. 이은옥 국립생태원 생태연구본부 융합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여러 솜털끼리 얽힐 때 그 사이 공간에 공기가 갇힌다”며 “게다가 솜털 내부에도 수없이 많은 ‘공기방’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깃털의 깃가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케라틴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마치 귤껍질 안쪽과 비슷한 형태다. 케라틴 사이사이에 갇힌 공기는 바깥의 찬 공기를 막고 안쪽은 따뜻하게 유지한다.

 

솜털은 클수록, 깃대 있는 깃털은 작을수록 
 

인류는 깃털의 이런 기능을 진즉에 알아봤다. 중국에서는 11세기 송나라 때 거위 털로 의복을 해 입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유럽에서도 14세기 경 이불 속에 거위 털을 넣어 사용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렇게 거위나 오리의 깃털(원모)을 침구류나 의류에 넣을 충전재로 가공한 형태를 ‘우모(羽毛)’라고 한다. 현재 우모 생산의 최대 강국은 중국이다. 국내 최대 우모 생산 및 유통 업체인 신주원의 이기형 해외무역부 차장은 “전 세계 우모 생산량의 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우모 최대 생산국이 된 이유는 우모의 생산 과정과 관련이 깊다. 이 차장은 “거위와 오리를 키우는 주목적은 식용이며, 깃털은 여기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산업”이라며 “중국은 전통적으로 거위와 오리를 매우 즐겨먹기 때문에 우모 산업 또한 중국에서 가장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리는 생후 약 40일, 거위는 약 80일이 지나면 식용으로 사용된다. 수명은 더 길지만 의외로(?) 오리와 거위가 먹는 사료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 이쯤 되면 식용으로는 다 큰 것으로 본다. 깃털도 오리와 거위가 클수록 좋지만, 식용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이쯤 함께 생산된다. 원모는 약 9단계의 가공 과정을 거쳐 보온 충전재인 우모로 거듭난다.

 

우모의 품질은 추운 곳에서 자랄수록 우수하다. 이 차장은 “깃털은 체온 유지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열대지역보다는 추운 지역에서 자란 깃털이 더 크고 발달 상태도 좋다”고 말했다. 

 

이때 솜털이 클수록 공기방이 많아져 보온력도 좋아진다. 하지만 날개깃이나 꼬리깃과 같이 깃대가 굵은 깃털은 오히려 작은 것이 좋다. 깃대가 너무 클 경우 침구나 의류를 뚫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모 생산 업체인 우모의세계를 운영하고 있는 김한수 대표(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섬유산업본부장 역임)는 “실제로 침구에 있던 깃대가 빠져나와 눈에 부상을 입히는 경우가 있었다”며 “깃대가 긴 깃털은 셔틀콕이나 소파 등에 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인공 충전재 보온력은 OK, 충전성은 글쎄
 

천연 우모 가격은 최근 급등하고 있다. 이는 우모 최대 생산국인 중국 내 상황과 관련이 있다. 김 대표는 “우모 가공 과정에서 상당한 오폐수가 나오는데,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하게 실시하기 시작했다”며 “우모를 생산하던 중소기업들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폐업하면서 공급량이 줄었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중국인의 식습관 변화도 우모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차장은 “중국에 패스트푸드 등이 도입되면서 식습관이 달라지고 있다”며 “거위와 오리 섭취량이 줄면서 깃털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인공 충전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폴리에스테르 등 화학섬유로 만든 인공 충전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해외 스포츠 아웃도어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 충전재를 사용한 제품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인공 충전재로는 신슐레이트(한국쓰리엠), 써모라이트 프로(인비스타), 프리마로프트(EPS) 등이 있다.

 

인공 충전재는 속이 빈 인공 섬유인 ‘중공 섬유’로 만들어졌다. 중공 섬유는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섬유의 중심 부분이 터널처럼 텅 비어있는 섬유를 말한다. 이 빈 공간은 공기를 가둬 보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침구류와 의류에 사용할 때 무게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인공 충전재가 우모를 절대 따라올 수 없는 특성이 있다. 바로 ‘충전성’이다. 충전성은 충전재가 압축됐다가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는 성질을 말한다. 기온이 내려가면 부피가 커지는 현상도 충전성에 포함된다. 이는 보온력만큼이나 침구류와 의류 충전재의 기능에서 중요한 요소다.

 

거위와 오리 깃털은 충전성이 뛰어나다. 케라틴 덕분이다. 김 대표는 “사람의 털이 날씨가 추워질 때 삐쭉 서는 것처럼 솜털도 온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이 이뤄진다”며 “날씨가 추워져 솜털의 깃가지들이 삐쭉 서면 충전재의 전체 부피가 커지면서 공기도 더 많이 가두고 자연스럽게 보온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공 충전재는 아직 충전성이 낮다. 강하게 압축했다가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속도가 느리며, 세탁을 할 경우에는 원상복구가 더욱 힘들다. 김 대표는 “평균적으로 솜털이 압축됐다가 돌아오는 정도가 인공 충전재에 비해 17% 정도 높다”고 말했다.

 

결국 인공 충전재로 솜털과 비슷한 보온력과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넣어야 하고, 그만큼 무거워진다. 김 대표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인공 충전재가 솜털을 능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공 충전재 사용의 필요성은 늘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 때문이다. 2010년 전후로 깃털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동물학대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공장에서 살아있는 오리와 거위의 털을 손으로 마구잡이로 뜯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뜯다보니 동물의 피부도 같이 뜯겨졌고, 이로 인해 깃털이 뽑힌 뒤 피부가 여기저기 상처로 얼룩졌지만 바늘과 실로 대강 꿰매는 데 그쳤다. 이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 미국의 비영리 섬유 전문 협회인 TE(Textile Exchange)는 2014년 ‘RDS(Responsible Down Standards·책임 다운 표준)’ 제도를 발표했다. 이는 거위와 오리가 태어나 사육되는 환경부터 깃털이 채취돼 가공되기까지 전 과정이 동물복지 시스템을 따랐음을 입증하는 표준이다.

 

이 차장은 “최근에는 손으로 살아있는 동물의 깃털을 뽑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깃털을 뽑는 기계가 개발됐고, 지금은 인건비 상승으로 도축 후 기계를 사용해 뽑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도 더 낫다”고 말했다.

 

올 겨울 패딩 선택은 이렇게

 

기후변화로 추운 겨울이 이어지면서 충전재가 두툼히 들어간 패딩은 유행 스타일만 변할 뿐, 계속해서 겨울철 필수 아이템으로 꼽힐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패딩 구입 시 몇 가지 팁을 귀띔했다. 김 대표는 “같은 크기의 패딩이라면 무조건 가벼운 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성이 큰 충전재는 적은 양만 넣어도 패딩이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충전성이 낮은 충전재는 그보다 더 많은 양을 넣어야 같은 부피를 만들 수 있고, 이는 패딩의 무게를 늘린다. 그래서 가벼운 패딩은 곧 충전성이 좋은 충전재를 사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영철 한국의류시험연구원 사업지원팀 계장은 “패딩의 디자인이 단순할수록 좋다”며 “디자인이 복잡하고 봉제선이 많으면 그만큼 깃털이 밖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세탁은 드라이클리닝 대신 물빨래로 하는 게 좋으며, 이 또한 가능한 하지 않고 겉의 원단만 닦아주는 것이 가장 좋다”며 “깃털에는 본래 일정량의 기름 성분이 있는데, 물빨래를 할 경우 이 기름 성분이 씻겨 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름 성분에서 냄새가 발생할 수 있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보관하는 게 좋다.

 

관련기사 : 과학동아 12월호 '패딩은 왜 깃털을 사랑하나'

출처: 동아사이언스/ 2018-12-09 서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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